아들아.
지혜로운 사람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도를 따르는 처세를 으뜸으로 여긴단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중도를 따를 수 있도록 자신을 훈련시킨다.
은나라의 백이와 숙제는 성품이 고상하고 순결하였다. 하지만 어질고 덕이 뛰어난 임금이 아니면 섬기지 않았고 좋은 친구가 아니면 사귀지 않았으며, 부패하고 타락한 조정에서는 벼슬하지 않았을 정도로 너무나 고집스러웠다. 이런 점에서 그들의 처세와 도량은 지나치게 졸렬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유하혜는 모든 일에서 자신의 지조를 끝까지 지켜 나가는 군자였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니, 네가 설령 내곁에서 발가벗고 있다고 한들 어찌 나를 더럽힐 수 있겠는가!'
그는 항상 자신의 원칙과 신념을 갖고 행동했다. 그랬기 때문에 나쁜 임금을 섬기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았으며, 자신의 관직이 낮은 것도 비관하지 않았다. 화목하고 평온한 세상을 만나든 어지럽고 살기 힘든 세상을 만나든 늘 변함없는 자세를 유지했다. 이런 점에서 유하혜의 처세는 훌륭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른이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란다. 어떤 때는 하늘을 나는 용처럼 모습을 한껏 드러내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물속에 숨은 이무기처럼 그 모습을 조용히 감출 줄도 알아야 한다. 만물의 변화화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처신할 뿐 고정불변의 견해만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
관리로 일하면서 초야에 묻힌 군자처럼 욕심부리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처신하여라. 비록 크게 출세하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재난을 피할 수 있다. 재주를 뽑내면서 자신을 지나치게 과시하면 오히려 신변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명성을 얻으면 저절로 광채가 나는 법이다. 많은 사람의 신망을 얻으면 주변에 사람들이 늘 머물게 되어 일상이 바쁘게 된다. 반면에 고고한 자세로 생활하면 다른 사람과 쉽게 화합을 이루지 못한다.
아들아, 모든 일에는 여지를 남겨두어라. 막다른 골목에 몰리지 않게 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너는 쉽게 곤경에 빠지고 말 것이다. 부디 명심하여라.
가서
동방삭 BC154~93, 그는 박학할 뿐 아니라 다재다능했으며 특히 문학에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는 해학과 재치가 뛰어난 사람으로서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먹어 죽지 않고 장수했다는 속설 때문에 '삼천갑자 동방삭'이라고 불리우고 있다.